가을 상념

사는 이야기

가을 상념

energypark 2022. 11. 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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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깊어 갑니다. 계절은 벌써 만추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쌀쌀한 저녁, 낙엽 수북한 동네길을 걷다 보면 소슬한 기운이 온몸을 에워싸는 느낌입니다.

고운 잎새들이 한잎 두잎 나비가 되어 떨어지는 광경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싱숭생숭 해지곤 합니다.

정말 저 떨어져 길에 딩구는 마른 잎들이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다시 살아나 돌아올 봄을 보게 될 것인가?

낙엽들과 같이 이 세상에 태어나 푸릇한 시절을 다보내고 이제 시들어가는 인생 궤적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간 나름 애쓰며 살아온 내 인생은 에너지 넘치는 만족할 만한 삶이었나?  아니면 회한 가득한 불행의 인생이었나?

동거동락 해온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 그간 회사에서의 나의 위치 등은 어떠했다고 할 수 있나?

이렇게 살아온 인생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여러 상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반조해 봅니다.

우리네 인생은 인연따라 젊은 때가 있었고 늙기도 하는 것이니, 늙음이나 젊음은 나의 정체성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어떠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 허망한 일 인지도 모르는 것이죠.

이 세상에 태어나 잠시 인연에 따라 살아가는 것 일 뿐. 그저 지금 인연 따라 부여된 이대로의  모습으로 그저 즐기며 허용하고 살아갈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임시로 부여받은 제 몸과 마음이 정말 마음에 들지 않을 때가 너무도 많았습니다.

허나 이제는 이것이 바로 지금 이대로의 진실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현실이 곧 진실인 것이죠.

그 진실을 내 생각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저 사랑하며 있는 그대로를 경험해 주렴니다.

내 인생 자체를 감사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물론 필요하다면 몸에 좋다는 음식도 먹고, 병원에도 가고, 마음 치료도 받고, 사랑도 하고, 인연 따라 할 수 있는 일들은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대로의 현실에 감사하며 살렴니다.

지금 인연 따라 임시로 부여받은 「나」라는 인생을 온전히 살아주고, 매 순간을 받아들이며 경험해 나가렴니다.

그렇다고 남은 인생을 운명론에 빠져서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거나 염세적으로 살자는 생각은 결코 아닙니다.

앞으로 나에게 펼쳐질 인생에 대해 분명 나름대로의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를 위해 열정적으로 노력해 나가야겠죠.

단지 꼭 이루어져야 한다는 탐욕으로 집착하지 않고, 한편으론 너무 걱정도 하지 않고 그저 순수한 열정을 내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저녁 공기가 점점 더 차가워집니다.

우리 인생에 다시 한번 찾아온 만추의 어느 날 저녁...여러 가지 허망한 생각들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묵연히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에게 주워진 「삶이라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보자고 마음을 다 잡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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